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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게 질문받는 안과상식

조절마비굴절검사가 뭐지요?

by 방맨 2010. 1. 18.

조절마비굴절검사(CR)에 대해 물어보실 정도라면 안과에 대해 비교적 많은 관심이 있는 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보통은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요새는 환자분들도 알고 오시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조절마비굴절검사의 빈도가 유독 낮은 것은 아마도 의사의 책임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저도 안과의사의 한 사람으로 <제대로 해야지> 하고 끊임없이 다짐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우선  조절마비굴절검사는 환자의 눈에 산동제(보통 빨간 뚜껑약)를 넣어 애기동자를 크게 키워서 조절력을 없앤 후 검영법에 의해 굴절값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우리 눈의 홍채는 조리개 역활을 해서 줄었다 늘었다 하게 되는데 이것을 완전히 큰 상태로 만들어서 먼거리 혹은 가까운 거리를 볼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조절력을 없애는 것이지요. 이후 자동굴절검사기계로 대충의 굴절력을 파악한 후 의사가 방불을 어두게 한 다음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망막검영기로 환자의 눈앞에 렌즈나 검영렌즈막대기를 댄 후 망막에서 반사되는 빛의 띠를 보고 굴절값을 직접 읽어내는 것입니다.

그럼 이것을 왜 하느냐? 특히 아이들의 경우 조절력이 매우 뛰어나서 원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근시처럼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동굴절검사상으로는 제법 근시로 나오는데 검영법 상으로 거의 정시이거나 오히려 약간 원시가 나오면 의사는 당연히 가성근시라고 판단하고 정밀한 굴절값을 확인하기 위해 조절마비굴절검사를 권유하게 되는 거지요 아이들의 경우 이런 경우가 정말 흔합니다. 따라서 조절마비굴절검사를 해서 정말 근시가 없다는 것이 확인이 된다면 굳이 안경을 쓰라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대신 생활 습관을 좀 바꾸라고 하면서 지켜보게 되는 것이지요

조절마비굴절검사를 하게 되면 애기 동자가 커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망막과 시신경을 볼수 있게 됩니다. 이때 어른이라면 그냥 틈새현미경 앞에서 특수렌즈로 바로 검사가 가능하지만 만약 소아라면 약간 힘들더라도 도상검안경을 통해 볼수가 있지요. 도상검안경은 눈이 부셔서 약간 힘들 수는 있어도 아프다거나 무섭다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유치원 소아의 경우라도 비교적 잘 달래서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떤 경우에 조절마비굴절검사를 하게 되는 걸까요?

1. 처음 안경을 맞추게 되는 소아

2. 사시가 있는 경우

3. 약시가 있는 경우

4. 부등시가 있는 경우

5. 굴절값 이상이 아주 큰 경우(고도근시, 고도원시, 난시가 심한 경우 등)

6. 근시의 진행속도가 빠른 경우

7. 특별한 이유없이 시력이 덜 나오는 경우

8. 망막이나 시신경의 이상을 확인하고 싶은 경우

9. 기타

이중에서 가장 많이 경험하게 되는 그리고 어려운 경우가 1번입니다. 처음 제대로 시력검사를 하고 근시가 있다고 판단이 되면 원칙상 조절마비굴절검사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첫번째 데이타로서도 의미가 있고 향후 아이의 굴절값 변화에 대한 확실한 자료가 되며 진행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더불어 망막과 시신경까지 보고 나서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때문에 다른 질환여부도 확인할 수 있지요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 검사 자체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안경을 써야 될 것 같은데 조절마비굴절검사를 한번 해서 정확한 굴절값을 봅시다>라고 권고하면 부모님들 10명에 9명은 <그거하면 근시가 없어지나요?, 그냥 검사만 할 거면 그게 왜 필요하죠?, 안경 지금 안쓰고 싶은데요....> 등등등.... 안경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그런 질문들에 대해 성의있게 답변을 해 드리고 검사의 필요성을 알려드리고 조절마비굴절검사에 대한 안내문도 드리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꼭 필요한 경우조차도 조절마비굴절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2/3이상 된다는 것은 안과의사로서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마도 이 부분은 전체 안과의사들이 좀더 노력하고 홍보하고 더 많이 설명을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사 선배님들의 말씀 중에 정말 가슴에 와 닿은 명언이 있습니다.

<의사는 질병과도 싸우지만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질병만 싸워 이기면 좋은 의사가 될수 없고 편견마저도 싸워 이기면 명의가 될 수 있다>

요새 안과진료가 너무 질병, 현상적인 것에만 집착하고 환자와 적당히 타협하는 것은 아닌지.... 힘들더라도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고 잘못된 인식을 바꿔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